[RT-02] 텐핑거 매크로

하나의 버튼으로 10개의 키를 입력하는 매크로 제작기

4/13/2025, 12:14:00 AM

알리에서 사기를 당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기보다는 교묘한 수법.. 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번 메이킹은 이 사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바코드 리더기를 활용한 메이킹을 해보고 싶어서 GM65 라는 모듈을 찾고 있었다.

국내 사이트에서는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고 있어서, 처음으로 알리 익스프레스에 기웃거렸다.

찾아보니 메이커들은 여러 부품과 재료들을 싸게 구하기 위해 알리를 꽤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

AliExpress Product

나는 알리에서 요 제품을 찾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별 의심 없이 바로 구매했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고 상품이 도착해서 열어보니 이런 녀석이 있었다.

Module First

나는 이것이 바코드 리더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형 마트의 샐프 계산대에서 많이 보이는 익숙한 형태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녀석은 바코드 리더기가 아니었다.

데이터 시트를 보기 위해 이 녀셕의 옆구리에 적혀있는 상품번호(JM-101B) 를 구글에 검색하고 나서야 정체를 알게 되었다.

Module Search

지문.. 인식.. 센서…?

Why Here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구매자 입장에서는 잘못된 물건을 받아도 중국업체와 교환을 진행하는데 드는 수고로움 때문에 그냥 버리는 샘 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중국 쇼핑몰 업체에서 이를 악용하여 고의로 더 저렴한 물건을 아무거나 보내서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런 수법의 사기에 당한 거라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좀 더 킹받는 종류의 것이었는데, 아주 교묘하게 실수를 유도했다.

Ali Truth

전혀 다른 상품이지만 오해할만한 외형을 가진 두 가지 옵션을 두고, 이미지와 설명은 비싼 상품 위주로 작성, 기본 선택지는 더 저렴한 상품으로 세팅해두었다.

이런 식의 사기는 내가 뭔가를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에 더욱 짜증난다. (중학생 때 메이플스토리 슬리피우드 사우나에서 자석버그 사기로 노가다목장갑을 잃었을 때의 기분…)


상황파악을 하고 나니 메이킹할 생각으로 두근거렸던 마음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아주 강하게 결합하였다.​

뭐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짜증

그리고 내 앞에 놓인 지문인식센서

이 세 가지를 원동력으로 분노의 메이킹을 하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지문인식모듈에 나의 분노가 담긴 오른손 중지의 지문을 저장하였다.

그리고 나의 중지가 모듈에 닿으면, 컴퓨터에 뻐큐 이모지가 입력되도록 하였다.

이렇게 입력된 뻐큐는 더이상 단순한 이모지가 아니다.


이 뻐큐는 키보드의 타이핑을 통한 기계적 입력 방식이 아닌, 내 육체의 정확히 의도적인 동작과 물리적 상호작용에 의해 디지털화 되었다.

이 뻐큐는 다른 누구의 어떤 손가락과도 상호작용 하지 않으며, 나의 엄지도 아니고 검지도 아닌 중지에 의해서만 입력된다.

이 뻐큐는 디지털 세계에 투사된 고유한 나의 분노, 디지털 세계에 실재하는 나의 중지인 것이다.


받아라 나의 진심 뻐큐를!!!


그런데 이 물아일체 뻐큐 머신을 만들고 보니, 이 아이디어가 의외로 엄청나게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Macro Keyboard

매크로 미니 키보드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보면 위와 같은 상품들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확장 키보드인데, 특정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기능이 동작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복잡한 단축어를 한번에 입력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버튼 한번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위 6키 짜리 매크로 키보드 상품은 쇼핑물에서 2만 6천원 선으로 판매중인 것 같다.

당연히 버튼 하나당 하나의 기능 밖에 넣지 못한다.( 소프트웨어적으로 확장하지 않는다면 )

더 많은 매크로 버튼이 필요하여 더 많은 키를 지원하는 상품을 사야하는데 물론 그만큼 더 사이즈가 커지므로 거추장스러워 진다.


다시 지문인식모듈로 돌아와보자.

나는 나의 중지에만 반응하여 뻐큐를 날리도록 기능을 구현했다.

그런데 중지 뿐만 아니라 검지, 엄지, 약지에도 각각 별도의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모든 손가락의 지문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즉, 열 손가락을 모두 활용한다면 지문인식모듈 하나만으로 10가지 매크로 기능을 처리할 수 있다!

훨씬 컴팩트하고 효율적으로 매크로 키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나의 지문에만 반응하므로 보안성도 탁월하여, 비밀번호 입력과 같은 매크로도 등록할 수 있다.

Finger Macro Idea

물아일체 뻐큐를 구현한 코드에서 크게 바꿀 것도 없어서 바로 아이디어를 구체화 해보았다.

열 개의 손가락 지문을 지문인식모듈에 저장하고, 각 지문을 식별하도록 하였다.

또한 어떤 손가락을 식별한 건지를 확인하기 위해 7 segment 를 활용하였다.

7 segment 는 단순히 7개의 LED 를 조작하는 것과 동일하며 따라서 매우 많은 수의 전선과 pin 을 사용해야 했다.

Segment Making Giant

진격의.. 거인..?

아두이노 우노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13개의 디지털 핀 중에서 8개(7+dp) 를 7 segment 를 위해 할당해야 한다는게 불합리하게 느껴져 찾아보니 디코더를 활용하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다음번에 7 segment 를 사용할 일이 있다면 꼭 사용해봐야겠다.


다 연결하고 보니 너무 선이 많아 지저분해보였고, 지문인식모듈과 7 segment 가 너무 따로 놀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깔끔(?)하게 하우징을 해줬다.

Housing

두유팩 안에 들어간 부품들이 고소.. 할 것 같다.

흠흠

아무튼 이렇게 버튼쪽 구현은 완료했고, 파이썬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작성하였다.

관련 코드는 깃허브에 올려두었다.

https://github.com/kanghohyeong/ten-finger-macro


그리하여 뻐큐 입력 이외에 두개의 매크로를 추가한 것을 공유한다.


첫째는, 재진스 바로가기 매크로이다.

유튜브에서 재진스 플리를 노동요로 자주 듣는데, 유튜브에 접속하는 것도 귀찮고, 무엇보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다른 영상들을 기웃거리게 되어서 매크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영상에 좋아요를 준다는 마인드로 따봉 손가락을 매크로 입력으로 지정했다.


둘째는, chatGPT 음성대화 바로가기 매크로이다.

컴퓨터로 진행하던 작업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매크로 버튼 한번으로 chatGPT 를 켜고 음성 질의를 할 수 있다.

RT-02 텐핑거 매크로 시연2 이 놈이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랬더니 나의 유머 센스를 비꼬았다..

도저히 현실 세계의 부들부들 뻐큐로는 분이 풀리지 않아서, 후에 디지털 세계로 물아일체 진심 뻐큐를 날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RT-02 텐핑거 매크로 메이킹 기록을 마친다.

이 아이디어는 꽤나 마음에 들어서 추후 제대로 제품 설계를 해볼까 한다.

댓글

0/20
0/500

* 작성 이후에 수정/삭제 할 수 없어요!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